서면으로 이사오고 민주랑 같이 지내게되면서 심심할 틈이 없었다. 마실다니면서 기장 영도 해운대 여기저기 다니며 맛집 도장깨기도 하고 요가 수업도 같이 들어봤다. 그러던중 민주가 목공 수업(펜만들기)을 들어볼까? 해서 우드카빙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나는 약간의 장비병이 있다.
좋은 펜을 쓰면 글을 쓰고싶어지고,
책을 사면 공부를 해보고 싶어지고,
좋은 운동화를 신으면 달리고 싶어지고,
내가 고른 물건이 나를 움직인다는 사실이 재밌다
고른 물건들은 쓰다가 중고로 팔기도 하지만
보통은 애정을 가지고 고장날때까지 쓴다.
평소에 내가 가진 물건들에 애정을 많이 가지는 만큼
나무를 조각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우드카빙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서치 끝에 선택한 공방은 소목반 이라는 공방이었다
원데이 클래스 위주로 운영하는 타공방과는 다르게
장기간 배우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을것 같아서 선택했다.
소목반은 일반 주택을 개조해서 공방으로 사용하는듯 했다.
수강생을 위한 공간에는
작업대 4개가 놓여져있었다.
작업대의 모습이다 작업대부터 조각도를 걸어놓는
공구대 까지 모두 직접 만드신듯 했다.
각잡힌 작업대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첫시간은 숟가락 카빙 수업이었는데
우린 둘다 욕심을 부려서
민주는 곰돌이 숟가락, 나는 커피스쿱을 시작했다.
스푼을 만들까 싶기도 했는데, 민주네 어머니께서 커피스쿱을 선물해주셨기에.. 보답하고자 스쿱으로 결정했다.
원하는 모양을 그리니 선생님이 모양을 따서 블랭크를 만들어주셨다.
바이스로 목재를 고정하고 조각도로 깎아내려갔다.
나무를 깎을때는 순결 방향을 찾아서 작업해야한다. 숟가락을 첫번째 수업 주제로 잡으신 이유도 순결에 대해서 가르쳐 주시기 위해서인 것 같다. 숟가락은 앞뒷면, 동그랗게 파인면이 있어서 면마다 순결 방향이 달라진다. 목재의 특성을 이해하기에 좋은 첫번째 수업이었다. 나무의 결이 어느 방향으로 나있는지 확인하고, 결에 맞추어 작업을 해야 빤딱빤딱 예쁜 표면이 나온다. 나무와 대화를 하는 과정같기도 하다.
커피스쿱의 모양은 좁고 깊어서 깊에 파내려 갈 수 있는 곡환도를 사용해서 작업했다. 민주는 동글동글한 곰돌이 손잡이를 만들기 위해서 조각도보다는 카빙나이프를 사용해서 표면을 다듬는 것 같았다.민주랑 나 둘다 제품 모양을 대략적으로 잡았는데, 수업시간이 다 끝났다. 난이도가 조금 있는 모양을 골라서 표면 마감까지는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수업을 마치고 부산대 근처를 돌아봤다. 맛있는 집을 찾아 헤매다가 내가 좋아하는 돈까스로 메뉴가 정해져서 맛있게 먹고 복귀했다.
수업이 끝난 이후 집에서도 카빙을 틈틈히 해보면 실력이 좋아질것같다는 생각에 많이 써치를 해봤다. 나는 싼 조각도 여러가지를 사기보다는 좋은 조각도 3자루 정도를 사서 연습을 해볼까 한다. 수공구 위주 목공생활을 하시는 분의 블로그를 찾아서 써치에 도움이 되었다.
곡류이 있는 아사도와 스포크쉐이브, 실톱, 클램프 등 최소한의 장비로 작업을 해보고 싶다.
당장은 장비를 구매할 일이 없겠지만, 나중에 실력이 좋아지면 사고싶은 장비들을 추려보았다. 작업대를 마련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울것 같은데 분진이 얼마나 날릴지가 문제다..
민주는 큰집으로 이사가면 베란다에서 목공작업을 하게 해준다고 했다. 카빙을 해보니 공구를 사용하거나 작업물을 구상하고 다듬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정해진 방법이나 이론이 없는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작업하고, 마감을 잘하면 좋은 작품이 나오는것 같다. 나중에 꽃무니 접시나, 다양한 패턴작업들을 하게 되면 수업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꾸준히 실력을 갈고닦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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